"해먹기 귀찮은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요리하기 귀찮은 날엔 뭔가를 배달시켜 먹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먹고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배달 앱을 켭니다. 무엇을 먹을지 번뇌에 가득한 스크롤과 터치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결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배달의 민족>의 UX(User Experience)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UX 즉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나'라는 사용자가 배고픔을 느끼고 배달의 민족을 사용해서 음식을 받아 식사를 하기까지의 과정 중에 느꼈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살펴봅니다.
💡이 글의 순서
∙ 배달의 민족 UX의 좋은 점
∙ 배달의 민족 UX의 아쉬운 점
∙2% 부족한결론 내리기
배달의 민족 UX의 좋은 점
1. 다양한 후기를 볼 수 있다.
처음 도전하는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는 망설이게 됩니다. 맛있을까? 내가 상상하는 맛일까? 이 구성에는 이걸 주는 게 맞나? 등을 고민할 때는 후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후기가 명확한 답이 될 순 없어도,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어떤 힌트는 될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배민)을 사용하는 유저수가 많은 만큼, 배민에서는 음식점에 대해 최근에 작성된 다양한 후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후기는 최신순/별점높은순/별점낮은순으로 보거나 사진리뷰만을 모아서 보는 필터링 기능이 있습니다. 제너럴한 평소 후기를 보고싶다면 최신순으로 보고, 나쁜 후기로 어떤 말이 공통적으로 가장 자주 나왔는지 보기위해 별점낮은순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런 후기를 통해 해당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지 말지, 어떤 메뉴를 먹고싶은지 선택합니다.
2. 음식점의 주문이 불가한 상태를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너무 늦었거나 이르거나, 브레이크 타임이거나 매진일 때는 음식점에서 주문이 불가능합니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이와 같은 상태를 굳이 음식점 상세보기 페이지로 들어가지 않아도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게 설정했습니다. "준비 중이에요. "내일 오전00 오픈" 와 같은 문구를 해당 음식점의 가장 큰 이미지 위에 입힙니다. 이런 기능으로 굳이 한 번 더 깊이 들어가는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3. 언제 배달되는지, 현재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 수 있다.
배달의 민족에서 음식을 결제하고 나면 음식이 몇 분 뒤에 도착할 예정인지에 대한 정보를 앱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주문 접수, 배달 시작, 배달 완료 이렇게 세 단계를 하나의 선에 그려 진행 정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예상 도착 시간이 늦게 측정된다면 '아 지금 주문이 많은가보다.'하고 좀 더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게 됩니다. 결제 후에도 배달 도착까지 앱 서비스에서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혹시 주문이 잘못 들어가진 않았나, 배달이 잘못됐나 하는 불안감을 덜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배달의 민족은 꾸준히 사용자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능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주문시 '김치, 단무지는 안 주셔도 돼요',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를 체크할 수 있는 옵션도 일반 고객과 음식점 양측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없을 당시 전화로 주문하던 때는, 바쁜 음식점 내부 소음과 카운터에 찾아온 손님의 목소리까지 내 주문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났습니다. 주문하던 메뉴도 치킨, 피자, 짜장면 정도로 한정적이었고 음식점 메뉴에 대한 정보는 따로 찾고 전화로 주문하는 상황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앱 서비스로 해결한 뒤에는 메뉴 선정부터 음식을 받아보고 이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한층 더 편해졌습니다. 따라서 <배달의 민족>은 음식을 주문해 먹는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연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배달의 민족 UX의 아쉬운 점
1. 부담되는 배달 비용
주문을 하려다가도 배달비를 확인하곤 뒤돌아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배달비 2,500원~3,000원이 넘어가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주문하지 않아요. 배달 비용이 인상되는 원인은 기존 배달 앱들이 초기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진행했던 프로모션을 중단했고, 주문 수에 비해 라이더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배달하는 과정에 생길 수 있는 위험 부담도 있고, 날씨가 궂을 때 이동한다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음식을 주문하는 입장에서도 음식값과 비슷한 배달비는 지불하기 쉽지 않습니다.
2. 유쾌하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 '땡겨요'
저는 앱을 실행하면서 무슨 음식을 먹을지 정하지 않고 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배달의 민족은 '땡겨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화면을 아래로 당기면 랜덤으로 음식 메뉴가 바뀌면서 '00이 땡겨요'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를 드래그한 손가락을 놓지않고 계속해서 늘리면, '이제 그만 놔줘요...'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가볍고 유쾌하지만 이 기능은 정말로 내가 뭘 먹을지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을 배제할 수 있는 기능도 없고 이 기능을 사용한 뒤에 해당 메뉴가 포함된 음식점 리스트로 이동하는 기능도 없기 때문에 그저 잠깐 재밌는 해프닝처럼 지나가게 됩니다.
3. 복잡한 메뉴 구성
배달의 민족 앱 서비스의 가장 큰 기능으로 네가지를 뽑자면 배달 및 포장, 쇼핑라이브, 선물하기, 전국별미입니다. '지금 먹을 음식을 배달시킨다'라는 단순한 기능에서 조금씩 확장된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문제는 메인이 되는 '배달' 카테고리가 둘로 나눠져있다는 것입니다. 현 배달의 민족은 배달 형태에 따라 '배달' 그리고 '배민1'이라는 이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배달은 평소에 알고있는 일반적인 배달 서비스, 그리고 배민1은 조리가 완료되자마자 하나의 음식만을 배달하는 단건배달 서비스입니다. 이 기능을 제공하고 안하고에 따라 각 카테고리에 음식점 유무가 다르고, 배달팁도 다르며 할인율도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음식점을 고를 때 두가지 카테고리를 번갈아 확인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검색창에서 특정 메뉴나 상호명을 찾아봤을 때는 오른쪽 사진 처럼 같은 업체지만 두가지 선택지로 나뉘어 보입니다. 같은 업체를 각기 다르게 들어가 확인해야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2% 부족한 결론 내리기
만약, 위 세가지의 아쉬운 점을 배달의 민족에서 반영해 이를 개선한다면 무엇부터 고쳐야할까요?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배달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달의 민족의 두 고객, 일반 고객과 음식점 모두 '배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최저임금상승과 배달 라이더 부족으로 당장 사람을 구하거나 수수료를 낮추는 식의 해결책은 배달의 민족 앞으로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배달의 민족은 실외 배달 로봇 '딜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참고). 하지만 안정성 문제, 배달 시간, 도난 문제 등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고 보편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도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복잡한 메뉴 구성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확히는 '배달' 메뉴와 '배민1' 메뉴가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달의 민족 앱 서비스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음식 배달'입니다. 그런데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건 서비스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이 메뉴가 따로 있을까에 대한 이유를 좀 더 찾아봤습니다. 저는 이 기능이 배민1은 작년(2021년) 6월 즈음에 새로 도입된 기능이기 때문에 좀 더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홍보하려는 목적이 첫번째, 그 후에는 기능적인 문제로 섞이지 못하고 있다(?)가 두번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명확한 이유로, '사장님' 입장에서는 배달과 배민1은 따로 가입하는 별개의 서비스이며 배민1의 경우 음식점에 부과되는 배달비가 별도로 붙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는 두 서비스가 차별되어보일수록 좋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땡겨요'는 사실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도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보다는 그들의 위트에 한번이라도 웃고, 서비스에대한 호감도나 충성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오늘 뭘 먹고싶은지'에 더 섬세한 추천을 하기 위해 해당 기능에 필터 옵션을 추가하기에는 오히려 서비스를 더 조잡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능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가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 크게 이미지, 텍스트, 흐름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배달의 민족은 '이미지'를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먹음직스러운 사진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고, 배달 현 상황을 경로 이미지를 통해 고객에게 보여 유용성을 높입니다.
제가 찾은 아쉬운 점들은 모두 약간의 서칭과 고민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납득이 가는 것들이었습니다. 오롯하게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한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려든다면 생각보다 쉽게 납득이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고, 당장 느껴지는 불편함이 크게 보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 궁금해진 부분은 서비스 제공자의 이익과 사용자의 불편함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고르지?라는 점이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의 이익만 좇다보면 사용자의 작은 불편함이 점점 쌓여 대체제가 나타났을 때 고객 이탈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아보였던 불편함이 사실은 큰 문제였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 본질을 찾고, 서비스 내의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심어둬야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너무 의문 투성이 생각들으로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2%부족한 결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더많은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보는 눈, 그리고 사고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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